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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일상다반사

유치원과 회사에 대한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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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재우고 뭐라도 쓰고 싶어서 주절주절 남겨보는 이야기..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아이 어린이집을 처음 보내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금세 형님반이 되더니 어느새 어린이집을 졸업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몇 개월 남은 일이지만, 쑥쑥 커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드는 한편 유치원을 준비해야 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모든 면에서 다 마음에 드는데, 만 2세 반까지 없다는 게 너무너무 아쉽다. 같은 원에 보내는 부모들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또 어린이집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게 반을 늘리지 못할 것 같아서 이해는 되고.. 그렇다.

 

근처 유치원을 찾아보니, 집 뒤편에 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제외하곤 대강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이다. 이 정도면 버스가 다녔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후보에 넣은 유치원들은 병설유치원 제외하곤 다 버스를 제공한다. 어디든 되기만 했으면 좋겠다.

 

듣기로는 어린이집에 비해 유치원은 연장반이 잘 없고, 있더라도 남아 있는 아이들 수가 적다고 한다. 기존 어린이집에서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애가 혼자 덩그러니 있게 하기는 싫어서 또 여러 가지로 생각 중이다.

회사에 대한 고민

 

2개월만 있으면 입사 만 9년을 채운다. 이전에 비하면 근무 환경도 좋아지고 거리도 가까워지긴 했지만, 이상하게 오래오래 계속 잘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마 다니는 동안에 워낙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은 탓이겠지. 회사가 커지고 보기에 그럴 듯 해 져도 윗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는 없으면 아쉬운 직원일 테지만 결국 그게 다 일거리는 거. 아무리 넓은 범위의 일을 잘 챙겨도 결국 그들의 시각에서 나는 고급 잡부일 뿐이겠지. 알아서 일하니까 자기들은 편한 고급 잡부.

 

아이러니하게도, 이전보다 대우가 좋아진 지금에서야 이런 사실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처음에는 인정받고 싶고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열심히 했다. 끈 떨어진 연이 되고부터는 말도 안 되는 취급을 받으면서도 이래저래 버티고, 업무 능력으로 가스라이팅 당하면서도 지금껏 만들어둔 것들에 정을 붙이고 어떻게든 더 열심히 하려 했다.

 

어느 순간 의문이 생기더라. 연차가 쌓이고 짬이 늘어 스스로는 업무 능력이 상당히 발전한 것 같은데 늘 업무 능력으로 평가절하를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버텼다. 일에 정이 들었다는 이유로 버티고 결혼을 해야 하니까 버티고.. 그러다 아이를 가지고 나니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당연히 복직 생각은 1g도 없었다.

 

친했던 팀장님의 권유로 복직을 할 때, 신랑과 정한 원칙은 하나였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것. 예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일이나 회사 자체에 크게 애정이 있는 건 아니니, 일단 다녀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라는 것.

 

회사를 다니는 마인드가 바뀌어서인지, 생각보다 버틸 만했다. 사표를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생각하니 나 같은 겁쟁이도 버티고 싸울 수 있는 베짱이 생기더라. 그래도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은 그대로다. 갈수록 회의감이 든다.

 

공부하고 싶은 게 따로 생기고 나니, 차라리 이 기회에 아이를 챙기면서 유치원에 보낸 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인생 후반전을 내가 원하는 분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당분간 벌이는 없겠지만, 아이가 다 크기 전에 내 기술을 준비해 두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좋지 않을까?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후회는 안 할 거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마음의 추는 점점 기울고 있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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